성실함과 귀찮음.

구리구리쑝쑝 2008/03/29 02:18
오랫만에 잡담 포스팅.

어딘가 웹을 허부작대다가

"자기 일 다 끝났다고 분위기 파악 못하고 노는 개발자넘은 재섭다"
라는 내용의 글을 봤다.

뭐 그 사람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생각되나.
확실히 작년 1년동안 나의 특성이 변질된건지.
머리 속에서 버럭! *$#^*#(!!!! 하고 폭발이 있었다.

대충 이런 내용의 생각들.
"내 일 끝났어도 다른 사람이 일 못끝냈다고 일요일->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네시반까지 일해야 되는거냐!" 라든지.
"애당초 못끝낼 일을 오케이하라고 시킨/오케이 한 누군가가 잘못이지!" 라든지.
그 밖에 꿀렁꿀렁.

뭐 저런 건 지극히 극단적인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약간은 적용되는 논리.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쉉은 현재 서비스 개발(이라고 쓰고 개발겸 영자라고 읽는다) 노릇을 하고 있는데.
요새의 고민거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AS를 줄이고 탱자탱자 놀 것인가?" 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영자를 하면서,
"이건 이렇게 하면 내가 더 놀 수 있겠구나."
"이런 툴을 만들면 난 더 땡땡이 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 하면서 영자 한 두달 정도 공부도 하고, 툴도 만들고, 코드도 다듬고 해서.
실제로 처음에 수동작업으로 처리했을 때보다 AS처리가 적어도 30%는 감소한 것 같다.
뭐 별로 대단하고 어려운 일을 한 건 아니다만(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어렵고 아름다운 일을 하기엔 한없이 허당이란 걸 잘 안다ㅠㅠ), 아주 간단한 일들만 해도 이렇게까진 할 수 있더라..

30% 감소한 시간동안 놀기도 하고, 다른 공부들도 했지만 별 죄책감은 없다.

만약 내가.
"우주 성실맨이 되어야지. 남이 귀차나 하는 일도 내가 다 해야지!!" 라든지
"야근따위 백만번 해도 상관업써 무조건 열씨미!" 라는 생각을 품었다면.
저렇게 잔머리 굴리고 더 관리하기 편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랬을까나.
완전 무식쟁이처럼 영자노릇을 하면서 나는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말도 안되는 망상으로 므흣해했겠지.

고로 지금은.
"개발(과운영) 역량의 발전은 61%의 귀찮음과 29%의 책임감, 9.5%의 외계통신, 42%의 지겨운 일을 재밌는 일로 만들기, 34%의 전력토끼로 이루어진다" 주의인지라.

코웍이 정말 중요하긴 중요하지만.
그게 "니가 좀 느리면 내가 니꺼까지 다 떠맡아서 몇날 며칠 밤새서라도 해줄께"의 의미는 아닌데... 싶다.

서로가 서로의 줄주리타가 되어서 도와주고.
그 결과 달 한명은 주룩주룩 야근할 일을 한달 모두모두 칼퇴근으로 해낼 수 있으면,
거기까지가 아니어도 그 한명이 일주일 정도만 야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게 킹왕짱이 아닌가나.
이렇게 만들기도 무지무지 어려운데!.
놀지도 말라는거냐!.

그렇다고 성실함은 아무 쓸모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다른 도메인의 성실함이 필요한듯.

눈치 보느라 못놀고.
눈치 보느라 말도 안되는 얘기에 반박도 몬하고.
눈치 보느라 없는 야근 지어내서 잠못자고.
아무리 재밌는 일이라도 생존권을 침해하면 재미있을 리가 없다.
전력으로 시러한다 ㅡㅡ.

ps: 머 내가 10년 넘게 이 업계에서 일하면 가치관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허당 초보일 때 쉉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하고 남겨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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