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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건종이꺼먼건글씨 2008/07/27 21:43
일단은 '피아노 교본' 이지만.. 피아노 교본만은 아닌 책. (책 겉표지에 보면 "피아노 교본이 들어있어요!"하고 작게 쓰여있다. 초큼 깜찍함 허허허;-;) 사실 읽어보게 된 이유는 '전지한 씨가 썼기 때문에'가 79% 정도 된다. 하지만. 읽어 나가면서. 피아노를 하나의 도구로, 또 빼놓을 수 없는 친구로 여기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고. 쉉과 피아노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더라. "아 이 사람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 이런 식의.. '피아노'라는 공통점을 가진 친구와의 대화랄까. 나도 체르니 xx(혹은 xxx)번이 참으로 재미 없었고. 처음 피아노를 배웠을 때 피아노 선생님의 30cm자가 정말 무서웠지. 연습하기가 귀찮아서 치지도 않고 사과를 30개씩 그려가기도 했고.. 나 정말 음악적 재능이 조금은 있었구나. 뭐 없었더라도, 나 정말 지금도 피아노를, 나아가서 무슨 수단이건간에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이런 것. 피아노 학원 숙제 맨날 어려워서 지겹잖아 그 나이엔(백번치기 삼백번치기 ;-;). 그래서 한 한시간 넘게 머리에 그냥 떠오르는 가락을 마구 피아노로 쳤었어. 그리고 피아노가 그 가락을 맘에 들어하는지 아닌지.. 물어보면서 놀았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별게 아니라 그게 작곡이었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거 말고도 여러 재밌는 일화(?)가 있지만. 그건 기회가 있으면 다음에. 그런데. "어려운 곡을 슁슁 칠수 있어야 피아노를 잘 치는 거니까" 라든지. "작곡을 하려면 뭔가 어려운 걸 체계적으로 잔뜩 배워야 할거야" 라든지. "음악가나 가수나 그런 건 천재들만 할 수 있는 거야" 라든지. 이런 통념이 무의식적으로 있던 채로 컸기 때문에 . 또 중학교 들어가서 부턴 집에서 "넌 공부를 해야 한다. 음악하면 뭐먹고 살거냐."하고 악기를 못하게 하면서. 내 인생은 지금 이런 모냥(?)이 되었지. 며칠 전에 우연히 초등학교 통지표들을 보았는데. 내가 스스로에 대해 평가(?)해서 적는 부분이 있고, 당연하겠지만 선생님이 적는 부분이 있거든. 나는 언제나 장래희망에 "작곡가", "음악가"를 적었는데...(클래식의 의미가 아니라 요새 흔히 사회가 말하는 뮤지션.의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과목엔 음악을, 싫어하는 과목엔 산수를 적었는데... 선생님 종합 의견에는 "논리적인 사고가 뛰어나고 이해가 빠릅니다. 수리과학적 문제 해결을 잘합니다." 이런 말밖에 없더라. 나 산수, 자연은 가끔 우 받았어도, 음악은 올수였는데..ㅡㅡ. 지금 직업 싫어한 적도 없고, 가끔 스파크가 일면 재밌기도 하지만. 그리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새삼 "사회가 바라는 대로 커버린건가!!!" 라는 생각에.. 누구도 내가 진정 하고 싶었던 것. 좋아했던 것을 이해해 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억울할 때가 있다. 그래도. 잘 한다곤 말할 수 없지만. 삶에 늘 함께 있으면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그 중에 하나가 피아노)이 여럿 있다는 건 멋진 일이지. 뭔가 리뷰가 아니라.. 내 이야기만 끝없이 주절주절. 여튼 결론은. 적금타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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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건종이꺼먼건글씨 2008/04/24 21:52
이 책의 타겟이 굉장히 모호하다. 일단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개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용자들. 그리고 은근 슬쩍 이 책을 보며 괴로워할 개발자들. 플래시 천국을 찬양하는 웹디자이너. 등등. 정도인 거 같은데..
기분 전환으로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번역하시는 분이 뒤로 갈수록 지구력이 떨어졌는지 약간의 오역과 비문이 보이긴 하지만. (나한테도 보이는 정도면 사실은 더 오타가 있을듯?) 또한 주제도 이것 저것 복작복작해서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녀 난잡한 느낌이 있긴 하다만. 하드코더로만 살면 만들어 내기 어려운 "쎈쑤"가 이 책엔 있는 듯 하다.
개발자 생활을 하다보면 하드코더 유니버스에 빠져서 컴덕후가 되고, 흉측하고 복잡한 피규어를 생산해내면서 변태처럼 흐흐흐대기가 쉬운데, 적정 선에서 "그러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은 지구로 돌아와" 하고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음.. 근데 인터페이스에 대한 내용에 대해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는걸.
- "확인 체크 박스"에 대해서
"확인 체크 박스"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윈도우에서 파일을 지울 때 "정말 지울거냐? 네/아니오" 하고 나오는 그 상자같은 애들을 말한다.
대학교 다닐 때 "컴퓨터와 마음"이라는 심리학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컴퓨터와 마음이지만 컴퓨터와는 별 상관 없고, 뇌심리학 개론 정도였음), 거기서 심리학 교수님은 이 박스를 예로 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천재다. 사람들이 멍청하게 무심코 파일을 무의식적으로 용도도 생각해 보지 않고 지우려고 할 때 '정말 지울래?'라는 물음을 통해 잠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며 엄청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행동 패턴을 잘 반영한 거라고.
그러나 이 책을 지은 아저씨는 "쓰레기"라고 한다. 왜 괜히 팝업창을 내보내서 우리를 귀찮게 하느냐며.
뭐 사람의 관점에 따른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쉉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 특히 가끔 웹페이지가 잘못 만들어져 있을 때 무한 에러창 루프를 돌 때가 있는데... 모니터에 폭탄을 던지고 싶다 ㅡㅡ)
보안에 대해서는 꽤 재미있는 관점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보통 암호학이나 보안 수업들을 들을 때 인트로 격으로 많이 듣는 이야기가 바로 "아무리 보안 시스템 잘 만들어 봤자 도둑들면 말짱 황이다"였는데.. 뭐 사회적인 '오프라인 보안 불감증' 말고도 보안에 대한 글쓴 아저씨와 몇몇 해커들의 재미있는 철학을 살짝 볼 수 있었다.
인터페이스나 보안 말고도 컴덕후의 철학, 프로그래머의 심리, 고객의 심리,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철학 등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뭐 마소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넋두리인 듯한 감도 없지 않아서(?) 쫌 지루했지만 나머지는 시간 들여 읽을 만 했다.
===이건 개인적인 감상=== 쉉은 이 책에 나오는 '호모 로지쿠스' 100%는 아니다. 이성/감성적인 성향이 정확히 50대 50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일에만 미친 사람보단 성능이 좀 떨어지지. 100% 컴덕후가 될 수 없는 내 출신이 가끔은 한스러웠지만(?)...
책을 보며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난 컴덕후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와 편견에서 그래도 많이 벗어나는 편이기도 하고, 컴덕후가 즐기는 인생의 재미도 많은 부분 공감하고 산다.
머, 굳이 순종 컴덕후가 안되어도 꽤 괜찮은듯?
책 자체가 그렇게 읽는 데 오래 걸리는 책은 아니지만, 들고 다니면서 차 안에서 안잘 때 가끔가끔 읽어서 시간이 좀 오래걸렸음. 제목에 낚여서 산 책이긴 하다만. 나름 재밌고, 리프레시가 되는 거 같다. 일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록, 그 일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관찰해야 주화입마에 들지 않고 훌륭한 어린이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쉉은 아직 배운 것보다 배울 게 오백만십배는 더 많다만 ㅡㅡ;;) ps: 요새 쓸거리/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정리하는 게 무서워서 ㅡㅡ 그래도 책 리뷰가 금방 뚝딱뚝딱 하기 쉬우니 비중이 많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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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건종이꺼먼건글씨 2008/04/0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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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통합 -  폴 M. 듀발 외 지음, 최재훈 옮김/위키북스 |
5만원 이상 5천원 할인쿠폰을 쓰기 위해(...) 겸사겸사 구입하였던 책. "Ship it!"의 일부분과 내용이 좀 겹치지만, 개발 프로젝트에서의 "지속적인 통합"에 대해 한층 더 심도 있게 다루었다고 생각된다.
인상 깊은 부분들을 가리자고 하면 다음과 같다. "Ship it!"과 겹치는 부분은 가능한한 배제했음.
보기-스포일러지뢰밭
- "데이터베이스"의 지속적인 통합
- DB를 소스코드와 거의 같은 방법으로 취급하는 이 책의 방식에 상당히 흥미가 생기더라. DBA의 역할은 쓰레기통 뒤치닥거리나 콜센터 요원이 아니라는 게 골자. 역시 모두가 머리싸매고 고민하는 것처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한테 줘버리고 넌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인 것이다. 아무래도 쉉은 대용량 자료들하고 관계있는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니, DBA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지 좀더 와닿는듯.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는 DB팀이 따로 있는지라, 윗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에야 비효율을 고치는 건 상당히 힘들지도(...).
- "개발자도 DB를 왠만큼 잘 알아야 된다!!!" 라는 설교에 뜨끔 ㅠㅠ. 쉉은 사실 DB를 좀 싫어한다. 순전 취향+걸어온 길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지. 그래도 개발을 하는 이상(게다가 요새는 DB랑 좀 많이 상관 있어진 일을 하게 되었다 ㅡㅡ;;) 편식을 하면 안되나보다.
- "코드 검사의 자동화"
- 왠만큼 제정신인 회사들은 형식은 조금씩 달라도 다 저마다의 "Coding Standard"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 제발 해주세요" 하고 매뉴얼로 권장만 하고, 강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그래서 보통 Coding Standard를 무시하는 개발자(개발 프로세스를 무시해야 개발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미친 생각을 하는 개발자들이 세상엔 꽤 많은 것 같다)들이 개발(말 그대로 dog의 foot을 의미) 코딩을 해놓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이 진행되는 듯.
- 그나마 정해놓은 Rule을 검사도 안하는 회사에선, 걍 그러고 만다. 그 코드는 시간이 지나면 만든 사람도 모르는 코드가 된다.
- 나중에 회사에서 정한 Coding Standard를 지키기 위해 몇주씩 체력소모작업을 한다(오마이갓).
솔직히 난 이걸 자동적으로 검사해 주는 툴이 있다는 정보를 잘 몰랐다. 그래서 표준을 안지키는 개발자를 원망만 했지. 때로는 나도 못된 버릇이 들어 표준을 잘 안지키기도 했고 ㅠㅠ. 정적 검사 툴들이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함 구해서 써봐야 할듯.
- 챕터 시작 부분마다 있는 명언(?)들
- "이 빌어먹을 우주는 조각조각 내서 다시 구축해야 한다"
4장 도입부의 명언이다. 우왕국!!! 머찌다!! 이 밖에도 가슴에 팍팍 꽂히는 명언들이.. 쎈쑤쟁이!!!
- 머릿말과 역자서문 아스트랄!
- "저는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랜 세월 지속적인 통합에 푹 빠져 지내왔습니다."(폴 줄리어스의 머릿말 중)
-->감상: 컴덕후시군요(머엉).
이 책의 온갖 머릿말들은 꼭 놓치지 않고 정독하시길.ㅋ.
물론 평사원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들이라는 것도 있게 마련이지만(또한 쉉은 이빠시 마루타가 되어본 뒤 이게 좋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남에게 이게좋아!!! 하고 주장할 수 없는 성질이기도 하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일을 하면 좀더 일이 신나지 않을까나. 취미 생활도 마찬가지고.
ps: Ant라는 게 이책 저책에 계속 주연급으로 나오는군. 함 써볼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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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건종이꺼먼건글씨 2008/04/06 23:28
한 마디로 " black fat woman의 탐정질을 통한 인생 멜로 드라마" 라고 할 수 있겠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맨 끝까지 가도 스릴이나 긴장감이나 퍼즐 느낌은 한개도 없었다. 뭔가 있을꺼야 했으나 책 중반을 넘어가니 서서히 지쳐갔다. 이게 뭥미 ㅡㅡ.
맘에 안든 부분들-스포일러여행 1. 강약중강약이 없다.
그냥 이리저리 여러가지 소소한 일화들을 묶어놓은 산문집 같은 느낌. 집중력을 왕창 흐려놓는다.
2. 작가님아의 가치관이 맘에 안듬.
은근슬쩍 직업에 대한 작가식의 편견을 가하려고 하고 있다. 뭔가 "black fat lady"에 대한 선입견을 깨려고 이 책을 쓴 것도 아니다. 아주 웃긴다 ㅡㅡ.
3. 꼬마의 구출 장면
꼬마가 witch doctor라는, 소위 미신 믿는 무당에게 유괴당하는 일화. 책 중간에 그 꼬마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가락이 발견되어서 "우오오 유일하게 추리소설같다!" 하며 그나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반전이랍시고. 그 꼬마는 죽지 않았다 ㅡㅡ. 손가락도 안짤렸다ㅡㅡ. 그냥 witch doctor가 일손이 필요해서(?) 잡아다가 소떼를 지키는 목동일을 시키고 있었음. 게다가 구출방법. - 1단계 : 주인공 여탐정님께서 witch doctor의 부인님을 협박 -> 고소할테다! - 2단계 : 부인님이 꼬마 있는 장소를 알려줌 - 3단계 : 유유히 꼬마를 집으로 데려다줌(...)
장난하냐 ㅡㅡ. 유괴된지 24시간이 넘으면 현실적으로는 사망 가능성도 높다고 해서 위험하다는데. 총격전이나 무술대결이나 인질극 이런거 하나 없이. 몇달에 걸쳐 해결되지 않은 유괴사건이 이렇게 허망하고 평화롭게 풀려도 되는거냐 ㅡㅡ 4. 왜 갑자기 끝에 가서 Matekoni랑 결혼하겠다고 변심한거냐!
가장 어이없는 부분. 이 여탐정씨. 처음엔 "난 평생 솔로잉을 할꺼야!"하고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마지막줄에서 아~무 이유 없이 결국 결혼 승낙을 해버린다 ㅡㅡ. 스티브쌤은 여성인 우리는 이해했을 줄 알았다 라고 했지만, 저얼때 그렇지 않았음 ㅡㅡ. 적어도 소설이 그런식으로 끝날려면 어떤 계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지가 아무 데도 안보였다. 적어도 "결혼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흔적이라도 중간중간에 흘려놓던가.
저엉말 "꾸역꾸역" 읽은듯. 왕 비추. 이 작가 이런 비슷한 책을 5권 넘게 낸거 같은데. 절대 안볼테다 ㅡㅡ. R&D에서 토론 진행하면서 유용하고 재밌는,(책과는 별 관계 없는) 몇 가지를 득템했는데. 그것에 대해선 나중에 포스팅을 따로(음 하나는 19금이라 포스팅은 못하겠군 머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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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건종이꺼먼건글씨 2008/03/04 00:22
Ship it! 은 개발 프로젝트 수행 단계, Release it은 개발이 끝나고 라이브가 진행중인 단계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근데 난 어찌 순서가 좀 거꾸로 된듯 싶은게, Release it을 먼저 (빌려)읽은 후 이 책을 봤다(...).
Release it 같은경우 번역 문제도 그랬지만(참고로, r모님 말씀대로 Release it 같이 좋지 않은 번역서는 정말 번역서 질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사서 보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를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원서로 보아도 많이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ship it은 개발자에게도 좋은 참고/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될 뿐더러(개발자는 한번 두번 세번, 사과를 그려가며 읽어도 재밌다), 개발자와 같이 일해야 하는 비개발자들도 한번 거들떠 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데 좋을 듯한 책이다. 다른 실용주의 개발 책들과 달리, 실험해 볼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들을 비교적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난 특히 다음과 같은 소재들이 마음에 들었다(스포일러이므로 볼 사람만 보시오).
===몇가지 소재들===
- 코드 리뷰
정말정말정말정말 필요하다고 생각. 개슈든 버리버리 개발자든 옆에 줄주리타가 있으면 큰 힘이 되는 것이 자명하다.
"페어프로그래밍"도 "눈이 네 개일 때 더 버그도 잘 잡고 일도 빨라지고 둘의 이해도도 완벽해진다"라는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나의 경우 사람에 따라 지나치게 긴장해서 체력이 급강하 되고 머리가 잘 안풀리는 문제 또한 있었다. 특히 상사의 경우, 시험감독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덜덜덜 거리며 문제를 푸는 느낌이랄까;-;;..
반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많은 회사의 개발자가 자기 일만으로 헐떡헐떡 거려 남의 코드를 볼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는 것. 이 여유를 만들어주고 리뷰를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게 제일 허들.
- 일일 회의
매일매일 한다는 사실보다는, "모든 구성원이 말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라는 점이 특히 공감이 간다. 한국 사회의 특성인지, 연구실이고 회사고 모임의 장으로부터 조금씩은 수직적으로 일을 하는 성향이 다들 배여 있고, 회의도 위에서부터 잔소리 듣는 시간이 되기 쉽다. 모두가 자신의 일에 대해 꿍얼꿍얼 말을 열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위아래/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될 여지가 많다. "적당한 폴링"을 자연스럽게 하는 효과도 있을 듯.
그나마 제시한 회의 형태와 가장 유사했던 게 대학원 때 일주일에 한번 진행했던 "팀미팅"이다. 물론 "교수님과 나 사이의 일방적인 보고 활동"에 가까웠다는 건 좀 아쉬웠어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설명하면서 스스로가 정리되고, 남이 대충 뭘 하는지도 꿍쳐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개슈 선배들에게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일일 회의가 문제가 될 만한 게 있다면, "쓸데없는 회의는 하지 않는다"를 주장하는 개발자들도 많다는 것. 사실 그것도 그들 입장에선 맞는 말이긴 하다. "쓸데 있는 회의"를 만들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겠지. 뭐 "매일매일"이라는 건 실제 도입했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정도?
- 테스트 주도 개발
말할 필요도 없이 멋지구리!!.
업종 전환 전 '임베디드 스러운' 일들을 잠시 할 때는 테스트 시나리오는 끝도 한도 없이 있고, 손으로 하지 않으면 테스트할 수 없는 기능들이 많아 머리가 아팠다("핸드폰을 켜고 새 동영상 업로드를 3건 시도하고, 3건 째가 올라가는 중에 갑자기 배터리를 손으로 뺀뒤, 다시 핸드폰을 켜본다"라는 시나리오는 로봇을 만들지 않는 이상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 "전원을 끈다"와 "배터리를 뺀다"는 저언혀 이 세계에서 다른 개념이므로 ㅠㅠ). 이렇게 고생스러운 분야이기에 오히려 "테스트 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모두 빡세게 테스트 하는 습관들이 좀 된다 싶은 기업들이라면 박혀있는 듯. 테스트 가능한 아이들을 완벽히 통과시키면 그만큼 "고생스러운 테스트"에서 "괴로운 디버깅"을 할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뭐 물론 무식한 회사들이 없는 건 아니다==.). 각종 시뮬레이터와 에뮬레이터, CAD 툴들에 대해서도 수없이 많은 논문과 방법론들(반 이상은 다시는 안쓰일지도 모를)이 나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겠지.
요새는 또 다른 이유로 여러 가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업종전환(?)을 한 분야의 테스트가 참말로 "광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쪽은 머리를 잘 쓰면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을 여지가 있어보여 끙차끙차 중. 임베디드 쪽이 나무 구멍에다 작대기를 사흘 밤낮으로 비벼대며 불을 피울 수밖에 없는 쪽이라면 이 곳은 무려 부싯돌이 있는 느낌이랄까!!!. 가짜 객체라든지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한 분야라니!! 이쪽에 관련한 끙차끙차 고민거리들은 추후 가끔 포스팅에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Test Driven"은 다른 실용주의 책과는 좀 달리 "손에서 상상할 수 있는 레벨"이라는 게 재미있다.
위의 스포일러도 호기심이 가지만, 정말 공감했던 부분은 Co-work의 중요성이다. 개발자 동료가 또라이라도, 덕후라도, 히스테리 노처녀라도, 혹은 히키코모리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팀웍을 다지고 모두들 똑똑해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하는 게 참 맘에 들었다. 아쉽게도 그건 현실에서 백만톤 정도 힘든 일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어긋난 만남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일터가 평화로울지 전쟁터가 될지는 이미 구성원에서 XX% 정해진다고 난 믿는다. 아무리 좋은 프로세스/도구가 있어도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이를 무시하고 막나가거나 배째는 경우 결말은 "nice boat"임이 뻔히 보이는 것을(머엉).
대부분의 한국 회사(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회사들도 어느 정도 그렇다고 들었지만,)는 수직적인 성향이 강하여 아래로부터 멋지구리하다고 생각하는 팀웍들을 실험해 볼 여지가 그닥 많지는 않다고 본다. 그래도 지금 버리버리 개발자 레벨일 때 이리저리 "어떻게 하면 정신줄 놓는 일을 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일을 확 줄여서 빈둥빈둥 일해도 월급 잘 받아 먹으며 살 수 있나" 잔머리 굴려보고 뚝딱뚝딱 해보는 건 정신/육체 건강에 꽤 도움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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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건종이꺼먼건글씨 2008/03/02 02:06
나의 이 책에 대한 전반적 느낌은. "노인과 바다" 틱하며 그것보다 난해하다는 것.
그것도 내가 너무나 힘들어하는 영어책으로 읽었기에 죽는 줄 알았으나 ㅡㅡ, 반 강제력을 이용해 겨우겨우 끝냈다(...). 아마 서점에서 내가 좋아서 이 책을 집어들진 않았을 거다. 절대로 ==. 영어책을 읽다가 무슨 얘긴지 당최 모르겠어서 서점에 가 번역서를 집어들었는데, 번역이 오역인건지 원래 어려운 말이 맞는 건지 더 헷갈리고 말아서 결국 오티엘 선언. 모종의 모임에서 꾸역꾸역 자세히 설명을 들어 먹어야 겨우 "아~~"할 수 있었다 ==.
여튼 뭐 쉽게 말하자면. "한 인도 소년의 태평양 표류, 자아찾기 대모험 + 호랑이와 인간의 합체놀이 분신술 쑈쑈쑈" 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 난 이런 류의 안드로메다행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엔 영어책이라 알레르기가 난 건지, 힌두교/이슬람교 및 종교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가 전혀 안맞아서 그런건지, 배경이 판타지도 아닌 것이 현실 세계도 아닌것이 두리뭉실해서 그런지. 그닥 많이 맘에 들진 않았다 ㅡㅡ;;.
지금부터는 앞서 언급한 모종의 모임에서 나왔던 이야기들과 나름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텐데, 이건 100% 스포일러 무차별 폭격이므로 책을 앞으로 볼 계획인데 김새기 싫다면 보지 마셈.
===실컷스포일러당하기=== 1. 책의 첫인상 표지가 반질반질하고 새파란 색이 시원해서 좋았다. 표지의 느낌이 맘에 들었기에 배 위에 어떤 소말리아 애같이 생긴 남자애와 호랑이가 둥둥 떠있는 건 미처 발견하지 못한듯. 표지 뒤를 관찰하니, "어떤 애가 450파운드짜리 벵골 호랭이, 상어랑 태평양을 여행하는 얘기야. 열라 많이 팔렸어!!" 이런 얘기가 주절주절 쓰여 있다. 이 문구가 이 책 속에서 그렇게 "리얼한" 의미를 가진 건지 전혀 몰랐다. 그냥 뭐 호랑이랑 오랑우탄이랑 뭐시기랑 자아찾기 바다여행같은 걸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지. 인도 사람은 원래 그런 거 좋아할 거 같잖아. 그러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동화느낌이랄까. 나름 어려운 책이라니까 소피의 세계처럼 짐승들이랑 이상한 얘기를 주절거리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인상이었기에 책의 내용은 충격 대반전이었다. 2. 책 속의 현실 간단히 말하면, 이건 동화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뻥이었다(원래 소설은 다 뻥이니까). 같이 표류한 호랑이는 정말 말도 안통하고 사람잡아먹는 호랑이였고, 상어도 정말 영화 "죠스"에 나오는 그런 상어였다. 파이 어린이는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무서워 덜덜덜"을 하고 있어야 했다. 물론 중간에 어려운 책답게 파이 어린이 정신이 세 개로 분열했음을 암시하는 대목들도 있고, 끝부분에 "너는 뭐냐 진실은 뭐냐" 이런 현학적이고 난해한 대화들도 나온다. 뭐 이런 건 좀 심각하다 싶은 책이나 영화에선 흔히 갖다 쓰는 컨셉이잖아. 그러나 다른 어려운 철학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있음직한 상황과 공포"라는 거랄까. 판타지틱한 세계가 배경이 아니라는 것. 성실함이 있다면 이 책 속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정리하겠지만, 귀찮으므로 패스 ㅡㅡ. 3. plot 이 책의 plot 은 크게 세 부분이라고 한다. Part 1, 2, 3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각각이 하나의 plot이라고 보면 된다.
- Part 1 : 캐릭터, 종교 관념, 짐승들 등 이 책의 배경에 대한 사전 답사
- Part 2 : Castaway life (A)
- human --> animal 로 변질(?)해 가는 Pi의 변천사(한마디로 야생라이프).
- 다른 생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 Part 3 : Castaway life (B)
- animal --> human으로의 복귀(?)
- "혼자됨"
여기에 16살 짜리 소년이 어떻게 부모님 없이 홀로서기 하는지 성장드라마 컨셉 추가. 4. 흥미로운 개념들
- "alpha male" vs "omega male"
보통 우리는 "alpha"는 시작, "omega"는 끝을 의미한다고 많이 알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alpha male과 omega male은 서로 반대의 의미이다. 간단히 말하면 alpha male은 "leader", omega male은 "follower"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이야기에서 파이와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고 이러저러하다 달랑 둘만 남아 오랜 시간을 표류한다. 이 시간 속에 파이와 리차드 파커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변한다.
- 초기 : 파이는 리차드파커가 무서워요. 여차하면 도망갈래!! 하고 피난처(?)를 만든다
- 중반 : 동물원 가정(?)에서 자란 파이는 "내가 살려면 별수 없이 호랑이를 길들여야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살기 위해 별수 없이 길들이기를 시작한다.
- 말기(?) : 파이는 능히 호랑이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무려 나중엔 서커스 재주넘기도 시킨다(머엉).
보통 사람 보통 정신이면 당최 애시당초 잡아먹혔을 텐데 갱장한데~!! 라는 소감은 일단 제껴두고(...).
즉 파이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점점 리차드 파커 호랭이를 "omega male", 자신을 "alpha male"로 각인시켜간다. 물론 나중에 헷갈리는 대화들을 보면 파이는 리차드 파커를 자기 자신이라고도 생각한 것 같고, 인생의 위기를 같이 헤쳐나간 친구라고도 생각한 듯 싶다. 단순히 주종관계는 아닌거지. 내가 파이를 "alpha male"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유도 그거다. 그 또한 결국 외로움 때문에 호랑이를 떨궈내지 못한 거잖아? 게다가 호랑이는 그를 alpha male이라고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가 진정한 alpha male이었다면, 호랑이의 영역을 마구 들어가도 호랑이는 깨갱 날 잡아잡수 했을텐데, 파이는 소심하게 경계선에서 어물쩍어물쩍하고 있었을 뿐.
- And so goes it with God.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파이가 일본에서 조사나온 양반들에게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들려준다. 처음에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 호랑이가 있었고,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은 죽어버려(긴 이야기라 설명 생략;) 호랑이랑 자신이 남았고, 어떤 일들이 있었고.. 이런 이야기들.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그 양반들은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그런 짐승 나오는 얘기 말고 배가 왜 침몰했지 그런 얘기를 해주세요 하고 조른다. 파이는 "아 짐승 없는 얘기요?" 하면서 하이에나를 요리사로, 얼룩말을 항해사로, 오랑우탄을 엄마로, 호랑이를 자기 자신으로 transformation 해버린 버전을 들려준다ㅡㅡ;.
짐승 버전과 사람 버전중에 어느 버전이 진짜같냐고 물으니, 일본 양반들이 "짐승 버전이 그럴 듯 하구나" 라고 답한다(솔직히 나는 사람 버전도 너무 리얼해서 이넘 정말 미친 게 맞구나라고 생각했다. 항해사의 다리를 요리사가 찢어버리고 요리사가 엄마를 죽여버리고 ㅡㅡ;;).
아마 일본인 양반들은 둘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쩔수 없이 비위를 맞춰 줘야 하니 그런 말을 했을 게야. 여튼 그 답에 이어서 파이는 이 말을 꺼낸다.
"And so goes it with God."
이게 당최 무슨 뜻인지 몰라서 "God knows it"과 비슷한 뜻일 거라 추측하고, "이게 진짜랍시고 파이가 말하는거냐, 아니면 표류생활동안 정신이 헷가닥해서 얘기를 몇백 페이지동안 마구 지어낸 거냐?"하고 헷갈려 했는데,
원래 뜻은 인도에서 하는 인사인 "인샬라"라고. "If God is with me..." or "If God is willing..."이랑 비슷한 뜻이라 한다. 즉, 파이 자신은 표류 동안 벌어진 모든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는 것. "신이 날 보고 있었다면, 내 말이 진실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을 게야." 이 정도라고 하겠다.
(흠.. 근데 일본인들이 보고서에 "그는 정말 호랑이를 조련했어!!"라고 쓴건 뭐였을까. 결국 믿게 된거였을까나.)
- delusional
"망상의"라는 뜻이다. "delirium"은 "delusion"의 동의어(그런데 스티브샘은 이걸 "미친 imagination"이라고 설명하더라 푸핫 ;-;ㅋ).
5. 대반전. 이 이야기는 다 쌩뻥이라고 한다(작가가 지어낸). 작가가 파이 파텔을 인터뷰하는 식의 장면이 있었기에 혹시나 했으나 ㅡㅡ;;. "작가는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만 유일하게 진실인 부분이란다. 소설은 소설이지 뭐. 여튼 작가들은 갱장하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자세하고 있어보이는 설정으로 지어내다니. 특히 표류중에 들어갔던 사람 잡아먹는 섬은 흠좀무 ;-;. 무슨 천공의섬 에스카플로네 이런것도 아니고.
끝으로 잡설.
알라딘을 뒤지다 보니 일러스트 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한국어판도 있는듯.
흠.. 이 책 구명보트의 구조, 섬의 구조.. 이런 게 이해되지 않으면 책 절반 이상을 날리게 된다(한국말로 봐도 어렵다. tarpaulin이었던가? 번역본 들춰 봤을 때 "방수포"라고 하던데. 뱃사람도 아닌데 그게 뭔지 어케 아라 ㅡㅡ;;). 일러스트판에는 그런 배 구조나 상황같은게 좀 자세히 들어있을까? 뭐 사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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